불교/경전·법문 공부(수행)

나옹화상의 백납가.

상현/맑은강물 2023. 6. 15. 04:38

백납가(百衲歌): 나옹화상

 

 

이 백납이 내게 가장 알맞나니,

겨울 · 여름 입어도 언제나 편리하다.

누덕누덕 꿰매어 천만의 맺음이요,

겹겹이 기웠음에 먼저와 나중이 없다.

혹은 자리도 되고 혹은 옷도 되나니,

철과 때를 따라 쓰되 어기지 않네.

 

지금부터 상행(上行)에 만족할 줄 알거니와,

음광(飮光)에 끼친 자취 지금에 있다.

한 잔의 차와 일곱 근의 장삼을,

조로(趙老)는 부질없이 재삼 들기 수고했다.

비록 천만 가지의 현묘(玄妙)한 말이 있다 해도,

어찌 우리 백납 장삼만 하랴.

이 누더기 옷은 편리한 점이 매우 많으니,

입고 가고 입고 옴에 매우 편리하다.

 

취한 눈으로 꽃을 보고 누가 구태여 집착하랴,

깊이 도에 사는 이는 능히 스스로 지키도다.

이 누더기가 몇 춘추를 지난 줄을 아는가,

반은 바람에 날아가고 반만 남았네.

서리치는 달밤 초암(草庵)에 앉았노라니,

안팎을 가리지 못하고 모두가 몽두(蒙頭)로다.

몸은 비록 가난해도 도는 다함이 없어,

천만가지 묘한 작용은 끝이 없어라.

 

누더기에 멍충이 같은 이 사람 웃지 말라,

일찍 선지식 찾아 진풍(眞風)을 이어받았도다.

헤어진 옷 한 벌에 여읜 지팡이 하나,

천하를 횡행해도 걸릴 데 없네.

강호를 돌아다니며 무엇을 얻었던가,

원래대로 다만 배운 것은 빈궁뿐이로다.

이익도 이름도 구하지 않고 백납의 가슴이 비었거니,

무슨 정(情)이 있으랴.

 

한 바리의 생애가 어디 가나 족하거니,

그저 이 한맛으로 여생을 보내리라.

생애가 족하거니 또 무엇을 구하랴,

우치(愚癡)한 이들 분외(分外)를 구하니 우스워라.

전생에 복락을 모아두지 못하고서,

천지를 원망하며 부질없이 허덕이네.

달도 해도 기억하지 않으면서

경전을 외기나 좌선(坐禪)1도 하지 않네

 

누런 얼굴에 잿빛 머리인 천치 바보여,

오직 백납 한 벌 백납으로 여생을 보내리라.

 

나옹선사의 고려시대의 백납가. 정목스님.

https://youtu.be/4n7GCHchaFM